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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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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이름 / 배홍배 - 배홍배 - 흔들리는 야간 버스 안에서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저장된 이름 하나를 지운다 내 사소한 사랑은 그렇게 끝났다 더듬거리며 차에서 내리는 나를 일격에 넘어뜨리는 가로등, 일어나지마라 쓰러진 몸뚱이에서 어둠이 흘러나와 너의 아픔마저 익사할 때 그리하여 도시의 휘황한 불빛 안이 너의 무덤속일 때 싸늘한 묘비로 일어서라 그러나 잊지 마라 묘비명으로 새길 그리운 이름은
이별을 더하다 / 전경섭 - 전경섭 - 이별해야 사랑의 깊이를 알 수 있다면 살아서 나 알 수 없겠죠 그대와 나 눈 감는 날 이별 할 테니
바다 / 흔글 - 흔글 - 그대가 너무 큰 걸까요 내가 너무 작았던 걸까요 그대라는 바다에 설탕 한 포대를 쏟아도 여전히 짜기만 하네요 사랑을 하는 건 그렇게 쏟는게 아니라 작은 종이배 하나 띄우는 것인데 말이죠.
눈물의 방 / 김정란 - 김정란 - 눈물 속으로 들어가 봐 거기 방이 있어 작고 작은 방 그 방에서 사는 일은 조금 춥고 조금 쓸쓸하고 그리고 많이 아파 하지만 그곳에서 오래 살다 보면 방바닥에 벽에 천장에 숨겨져 있는 나지막한 속삭임소리가 들려 아프니? 많이 아프니? 나도 아파 하지만 상처가 얼굴인 걸 모르겠니? 우리가 서로서로 비추어 보는 얼굴 네가 나의 천사가 내가 너의 천사가 되게 하는 얼굴 조금 더 오래 살다 보면 그 방이 무수히 겹쳐져 있다는 걸 알게 돼 늘 너의 아픔을 향해 지성으로 흔들리며 생겨나고 생겨나고 또 생겨나는 방 눈물 속으로 들어가 봐 거기 방이 있어 크고 큰 방
당신에게 가는 날 / 무진 오경호 - 무진 오경호 - 당신에게 가는 날 하늘엔 반쯤 가려진 낮달이 떠 있습니다. 한평생 기도처럼 사셨던 당신 피멍 들게 그리고 그려도 갈증으로 속만 타는 모습뿐입니다. 눈물처럼 고인 이슬에 지친 목을 축이고 수천 번을 불러 세워도 당신은 그리움, 눈만 감깁니다. 목젖까지 차오르는 회환입니다. 박꽃처럼 환한 음성 내 안타까움이 먼저 달려가 고개 떨구고 심한 기침 앓이를 합니다. 마무 말 못 하고 속 울음들이 타 들어갑니다. 하늘이 내려와 국향 수놓아진 당신 자리에 두손 모아진 사랑이 됩니다. 부는 바람결이 참 따사롭습니다.
어디 쯤 오시는지 / 유현주 - 유현주 - 시간이 갈수록 잦아지는 한숨은 곧 돌아오겠다던 약속 위에 하루씩 더해지는 그리움의 조각들 어디쯤 왔는지 묻고 싶어도 그대 마음 조급해져 숨 가빠질까 참고 있지만 그대 오는 길목에 귀 세우고 발소리라도 듣고 싶어 그대 더딘 만큼 눈물은 뜨거워지고 외로움은 깊어지는데 사랑하는 그대 어디까지 오셨는지 언제쯤에나 내게 오실는지
어느 날의 커피 / 이해인 - 이해인 - 어느 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지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 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읽어 내려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 혼자 바람 맞고 사는 세상 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이고 마시는 뜨거운 한잔의 커피 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나의 폐허 / 김나영 - 김나영 - 나의 하루는 아침에 눈뜨기 전에 가장 멋진 하루 이 책은 펼치기 전에 가장 읽고 싶었던 책 이 음식은 먹어보기 전에 가장 맛있는 음식 저 산은 정상에 오르기 전에 가장 신비로운 산 그 나라는 도착하지 않았을 때 가장 가고 싶던 나라 당신은 내가 만나지 않았을 때 가장 두근거렸던 사람 사랑은 몰랐을 때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관념 녹말과자 같은 눈을 껌벅거리며 나는 산다 하염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