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정희 -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좋은ㅅi'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선화에게 / 정호승 (0) | 2021.12.12 |
---|---|
이제 끝은 보지 않으리 / 유현주 (0) | 2021.12.12 |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 김영숙 (0) | 2021.12.12 |
인연의 자리 / 용혜원 (0) | 2021.12.12 |
그리움 , 눈물 그리고 사랑 / 이준호 (0) | 2021.12.12 |